
화려한 조명 아래 빛나던 그들의 얼굴이 어제(7일) 차가운 법정의 불빛 아래 놓였다. 검은 정장을 입고 법원에 나타난 다섯 소녀들, 그들은 더 이상 무대 위의 '뉴진스'가 아닌 법적 분쟁 중인 'NJZ'로서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민지(20세), 하니(20세), 다니엘(19세), 해린(18세), 그리고 가장 어린 혜인(16세)이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했을 그 순간을 생각하니, 어른들의 분쟁에 휘말린 이들을 보는 마음이 무겁다.
어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한 명씩 나와 자신들의 진심을 전했다. 다니엘은 "저희는 5명이 무대에 서지만 (민희진 대표까지 포함해) 6명으로 이뤄진 팀이다"라며 단순한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관계를 넘은 가족 같은 유대감을 보여줬다.
해린은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회사와는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혜인은 "민희진 대표님 없이, 거짓된 상황 속 진정성 없는 작업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는 없다"며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의 갈등이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화된 이 갈등은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비화되었고, 결국 민희진의 대표직 해임으로 이어졌다. 모든 과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조용히 본업에 충실하려 했지만, 결국 자신들이 신뢰하는 민희진 대표를 잃게 되자 칼을 빼들었다. 16세부터 20세까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녀들이 어른들의 싸움에 희생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가처분 심문에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멤버 모두가 검은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선 모습은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에서 춤추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랫동안 이뤄진 괴롭힘과 차별은 저희에게 상처가 됐다"는 민지의 말은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데뷔한 지 겨우 2년, 그것도 10대의 어린 나이에 법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K팝 역사의 중요한 날에 3세대와 4세대의 대표주자들이 보여준 극명한 대조는 아이러니하다. 하이브는 뉴진스를 위해 210억 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리 큰 투자도 이들의 예술적 진정성과 신뢰를 살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의 싸움에 휘말린 10대 소녀들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K팝 산업이 아티스트, 특히 어린 아티스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제니와 제이홉이 전 세계 팬들에게 선사한 축제의 열기처럼, 뉴진스 역시 하루빨리 무대로 돌아가 자신들만의 음악과 춤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 전에, 어른들의 욕심과 갈등에 희생된 어린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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